나의 이야기

명동 주교좌성당에서 절두산 순교성지까지 도보순례(4)

엉클 필 2012. 3. 14. 11:18

 

새남터 순교성지( 정문을 향하여 가는 좁은길에서)

 

 옛 용산신학교 성당을 나온 나는 한강철교를 향하여 간다.

 한강철교 근처에 새남터 순교성지가 있음을 2년전 다녀 가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편하게 버스로 이동하며 절두산 성지. 새남터 성지, 명동 주교좌 성당

 순으로 순례하였었다.

 용산신학교에서 큰 길까지 작은 골목길을 따라 나온다.

 자신있게 한강철교를 향하던 나는 멈추어 선다.

 갑자기 새남터 순교성지의 위치를 물어보고 다음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 난 것이다.

 위치를 전혀 모르는 곳이었던 서소문 순교성지, 당고개 순교성지, 옛 용산신학교 성당은 

 주님께 의지하며 용감히 찾아 나섰는데, 대충 위치를 안다고 여겼던 새남터 순교성지는

 확인하며 가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주님에 대한 믿음을 잠시 놓아 버린 것일까?

 편의점이 보여 문을 열고 들어가 점원에게 물어 본다. 어라! 모른단다.

 편의점 앞에 모여있던 세 사람에게 물어본다. 이들도 모른단다.

 무슨 일인가? 분명 새남터 순교성지가 보이지는 않지만 근처에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물어 보았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

 나의 확신이 바람처럼 사란진다. 난감해 진다. 대낮인데 캄캄한 어둠이다.

 자신없이 발을 지면으로 부터 띠어낸다. 한걸음 한걸음이 목적지를 몰라 헤메는 걸음이다.

 그렇게 걷고 있을 때에  마주치며 걸어오는 두 분이 있다. 내가 눈치를 본다.

 '저분들도 모른다 하면 어쩌지' 하며  눈치를 본다. 점점 가까워 진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한 분의 손가락에 묵주반지가  있음을 본다.

 가지고 있던 불안, 불확실이 일순간 사라진다. 자신있게 그 분을 부른다. "저~~, 형제님!"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 주셨다. 자세히 가르쳐 주신다.

 이제 다시금 확신에 가득찬 걸음으로 새남터 순교성지를 향한다.

 저 멀리 새남터 순교성지의 아름다운 건축양식이 눈에 들어온다.

 

 

 

 새남터 순교성지는  성직자 열한 분이 순교한 곳이다.

 이 가운데 여덟 분이 성인에 오른 순교성지이다.(물론 지도급 평신도 세 분도 성인에 올랐다)

 사제들의 순교지인 이곳에서 김대건 성인이 군문효수형을 당한다.

 

 새남터 순교성지 정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아침에 같이 순례 버스를 타고 명동성당에 같이 갔던 옥련동 성당 부활반 예비신자들과

 사목위원들이 새남터 순교성지 순례를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채 5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곳 성지에서 다시 만났는데 무척 반가웠다.

 " 사랑의 주님! 우리 옥련동 본당 예비신자들에게 은총을 내리시어 주님의 사랑스러운

 자녀가 되게하소서," 

 반가운 만남을 또 뒤로하고 그들은 다시 순례 버스로 절두산 성지를 향하여 출발하고

 나는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새남터 성지 성당으로 들어간다.

 

새남터 순교성지의 성모님!

 

성수대

성당 내부 모습

 

제대 및 감실(좌우측의 부조는 순교자들의 모습)

 

감실과   예수 고상

측면서 본 제대 와 감실

 순교자들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고 묵상을 한다.

 2년 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큰 성당 안에 나만 홀로 주님과 있다.

 다시금 주님의 기도를 드린다.

 

 2층 대성당에서 나와 관리 사무실로 갔다. 절두산 성지로 가는 길에 대하여 물었다.

 책자에는 한강 강변을 따라 가게 되어있는데  강변 길을 어떡해 가야하는지 물었다.

 아~~~! 모른단다. 아마도 오래 근무한 직원이 아닌가 보다.

 "미사의 신비"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구입했다.

 

 성지 정문이다. 성지 정문을 등지고, 오른쪽 아니면 왼쪽?

 왼쪽을 택한다.  올 때 왔던 길을 거꾸로 나가면 가는 길이 있겠지 하고 판단하였다.

 조금 걸었을 때  학생이 지나간다. 물어본다. 강변길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 반대의 길이었다. 다시 뒤로 돌아 강변을 찾아 간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 학생은 주님께서 보내 신 수호천사이다. 감사합니다. 주님!)

 

 다시금 새남터 순교성지 정문을 지나 씩씩하게 걸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변 산책로와 연결되는 길이 나온다. 아무런 고민없이 걸어 내려간다.

 한강 산책로를 따라 걷기는 처음이다.  도보던 자전거던 처음이다.

 절두산 성지까지 이 길은 연결되어 있다.

 이제 까지의 순례길과는 다르다. 푸근하다. 묵상을 하며 걸어갈 수 있다.

 주님께서 오늘의 마지막 순례길을 편안하게 해 주신다. 마음을 여유롭게 해 주신다.

 

 (새남터에서 절두산 성지의 순례기는 다음 편에서)